본문 바로가기

태슐랭가이드/강남

가로수길맛집: 피자네버슬립스, 피자맛집

가로수길,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죽었지만 한 때 패션 모델들의 성지였고 모든 스트릿 패션의 메카였다. 커피스미스에 가면 세상 멋쟁이들이 모두 모여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커피를 최대한 멋있게 먹으려 애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메카'의 모습은 없지만 여전히 많은 편집샵들이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몰리며 많은 맛집들이 존재한다.

오늘의 태슐랭가이드에 함께 한 이는 미소가 호탕한 고결유진. 사진과는 달리 내가 아는 사람 중 평소에 카메라를 가장 어색해하는 사람이다.

오늘 소개 할 가로수길 맛집은 비쥬얼로 유명해진 피자집이지만 그 맛도 정말 훌륭한 곳이다. PIZZA NEVER SLEEPS, 피자는 잠들지 않아 라는 이 곳은 원래 인스타와 페북에서 절반에는 두터운 페페로니, 다른 절반에는 감자튀김이 가득 올라가 있는 비쥬얼로 유명세를 떨쳤었다. 지금은 많은 가게들이 그런 모양의 피자를 내놓고 있기에 그런 모습만으로 차별성을 내 걸 수는 없지만... 피자네버슬립스의 피자는 그 맛 자체가 이미 특별하다. 가로수길에 이렇게 조용한 골목이 있네 싶은 곳에 붉게 빛나는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조금 큰 유리창이 나온다. 뭐지? 싶어서 보니 유리 벽으로 위장한 회전문이었다. TMI지만 이런 형태의, 벽으로 위장한 혹은 난로로 위장한 문을 집에다 설치하는게 로망인데... 쉽지 않겠지.

자리 간 간격이 넓다

피자네버슬립스의 인테리어는 뭐랄까... 약간 레지스탕스의 기지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창고같은 벽면, 노출형 천장이 잘 어우러진다. 벽면에는 명화를 피자와 접목하여 패러디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자리들 사이에 간격이 넓은 것이 참 좋았다. 요즘 식당들 중에는 너무 많은 자리를 놓으려는 욕심에 자리들 간 간격이 비좁을 정도인 곳들이 꽤 있다. 옆자리 대화가 그냥 들리고 일어날 때, 화장실을 갈 때마다 옆 테이블 음식을 떨어트릴까, 옆 자리 사람을 칠까 조심해야 하는 곳들. 피자네버슬립스에선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게 참 좋았다.

메뉴판은 심플하다. 피자와 별이 그려진 팜플랫 형태, 표지에는 피자네버슬립스의 다른 지점들 위치가 쓰여있다. 합정점, 가로수길점, 샤로수길점, 송파점 총 4개의 지점이 있나보다. 만약 피자네버슬립스가 번창하여 20개 지점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그걸 다 저렇게 쓸까? 급 궁금증이 들었다.

 

하프앤하프의 가격은 비싼 메뉴 기준

피자 메뉴 또한 심플하다. 시그니처 메뉴 3가지, 네버슬립스, 맥나잇피자, 치킨네버슬립스, 기본 메뉴 4가지, 포테이토, 더블페퍼로니, 페퍼로니, 치즈 총 7가지의 메뉴가 있다. 피자네버슬립스를 검색하면 하프앤하프의 피자 사진들이 우르르 나오는만큼 메뉴판 상단에 Half and Half라고 크게 적혀있다. 두 가지 피자를 섞어서 먹을 수 있는데 둘 중 비싼 맛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한다. 나는 피자네버슬립스 이름이 담긴 시그니처 피자인 네버슬립스가 궁금했지만 보수적인 김유진씨께서 포테이토와 페퍼로니를 외치셨고 나는 조신하게 이를 따랐다. 둘 중 가격이 높은 쪽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하프앤하프의 가격은 포테이토로 설정되어 31,000원

음료 메뉴도 뒤에 간결하게 쓰여있다. 무더운 여름 밤, 맥주가 동하는 날이었지만 내가 원채 알쓰기에 미약한 스텔라를 택했다. 유진스는 코젤다크를 택했다. 또 다른 TMI지만 소주와 피자도 먹어보고싶다. 언젠가는.

사이드메뉴가 나왔는데 김치가 있었다. 김치 맛은 뭐 그냥 그랬다. 묵은지가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피자등장

웅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피자, 계속해서 비쥬얼 뿐 아니라 맛이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피자네버슬립스의 피자의 비쥬얼은 분명 영롱했다.

 

두텁고 강렬한 페퍼로니 + 얇고 바삭한 도우

피자네버슬립스의 더블페퍼로니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매우 두껍고 많은 페퍼로니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색 루비처럼 빛나는 페퍼로니의 향은 참으로 강렬했다. 씹는 순간 마치 두텁게 잘린 삼겹살을 먹는 느낌이다. 다만 훨씬 강한, 거의 폭력적인 맛이다. 혀를 가득 자극하며 진한 맛을 남긴다.

그와 반대로 도우는 참으로 얇다. 얇은 도우는 마치 바게트처럼 바삭하며 그 위에 치즈는 페퍼로니를 감싸며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정말 아름다운 맛이다. 근래 먹었던 페퍼로니 피자 중 가장 훌륭했던, 가장 인상 깊었던 맛이었다.

정말 두텁고 가득한 페퍼로니

바삭하고 얇은 도우

반면에 포테이토피자는 비쥬얼과는 달리 조금 심심했다. 그냥 얇은 치즈 피자 위에 감자튀김이 잔뜩 올라가있을 뿐이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페퍼로니가 워낙 맛있었어서 상대적으로 덜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다음에 피자네버슬립스를 방문한다면 포테이토는 빼고 다른 맛을 고를 것 같다.

 

피자네버슬립스. 정말로 많은 피자집들 가운데 합정, 가로수길, 샤로수길, 송리단길 등 Hot 한 거리만 골라서 가게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 맛 때문이었다. 더운 여름, 피맥이 땡기는 날이라면 피자네버슬립스를 가 볼 것을 추천한다. 강렬한 맛 그리고 시원하게 넘기는 맥주가 당신에게 기쁨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카드뉴스


맛집리뷰가 정리되어있는 인스타!

www.instagram.com/taechlin_taehlin